글 지식존중 크루1기 정수민
“수민아 괜찮겠어?”
염려스러운 목소리들이 나를 툭툭 찔러댔습니다. 올해 초 태국으로 해외봉사를 떠나 아이들에게 김밥을 가르쳐 주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던 나를 발견한 시점부터, 먹거리에 대한 기쁨이 내 삶의 주가 되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식품과 관련된 무언가를 해보자 발버둥 치기로 마음먹었던 제가 본 것은 바로 “지식존중 프로젝트”의 공고였습니다.
모든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농촌에 관심이 있었고, 직접 농활을 가보고 싶기도 했고,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로 지역을 홍보한다는 개념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서울”에서 활동이 진행된다는 점이 큰 문제였습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생활 중이기에 과연 이 도전이 가능할까 저 역시도 확신하지 못했었습니다. 일단 지원을 하든 안하든 자소서는 적어두자는 마음으로 질문 사항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술술 써졌습니다. 아이디어를 적는 부분도 있었는데, 아이디어 역시도 큰 고민 없이 썼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척척 진행되어 저의 자소서가 완성이 되고, 결국 저의 선택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만든 아이디어를 현직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또,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데 겁먹고 있는게 맞을까? 일단 저지르고 보자.
네, 그래서 저질렀습니다. 단추를 누른 순간부터 겸허히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요 기분 좋은 소식을 받게 되었습니다. 서류 합격 후 가까운 일자에 면접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야 가보던 서울에 여행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올라가게 되는 그 설렘, 비행기를 일하기 위해서 타는 그 첫 기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분명 하루에 길어야 4시간 밖에 못 잤었는데 참 행복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그 행복감에 빠져있다 보니 면접을 확실히 준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쉽네요. 너무 긴장한 탓일까요. 가진 것이 100이라면 한 20 밖에 말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면접이 끝나고 탈락을 직감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나와 지하철을 타자마자 면접을 복기했습니다.
정말 더 나아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서울에는 못 올라오겠구나 라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다시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요, 일상 속에서 다시 살고 있던 와중 한 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합격문자였습니다. 너무나도 기쁜 동시에 굉장히 얼떨떨했습니다. 이게 되다니. 역시 사람일은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되나 봅니다. 저에게는 극적으로 다가온 기회였기에 거리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발대식에 초대받은 저는 서울로 다시 향했습니다.
발대식의 느낌은 또 달랐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속 심사위원이었던 분들이 축하를 건네주시고, 합격자 분들, 우리 크루원들의 얼굴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조금은 부드러운 자리였습니다. 놀랐던 건 명함을 만들어주셨더라고요. 제 인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명함이라 아직도 지갑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끔 명함을 나눠줄 때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발대식에 참여해 주신 여러 귀빈분들의 간단한 설명들을 듣고 나니,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에 대해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또,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전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었는데 퍼실리테이터 분들께서 회의를 재밌게 주도해 주시고, 제가 처음 보는 여러 가지 방식들을 통해서 우리들의 잠재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려는 그 시도들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재밌는 분위기 덕에 크루원들과도 금방 친해졌습니다. 모두들 서글서글하게 대해주셔서 참 감사하더라고요.
무주를 홍보하기로 되었으니, 당연하게도 무주에 대해서 더욱 더 잘 알아야겠죠? 그래서 크루원들과 다 같이 무주로 탐방을 떠났습니다. 저는 본가가 구미라 무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살고 있었습니다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 무주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무주 탐방은 뭐랄까 살짝 여행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무주에서 꼭 무언가를 발견 해 올거야!’라는 심정으로 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주군청 공무원 분들이 직접 무주를 소개해주시고, 심지어는 군수님까지 오셔서 한 말씀을 해주시는 것을 보고 꽤나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하는 일이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확 체감시켜 주었습니다.
무게감이 생긴 만큼 더욱더 자세히 보려고, 또 더욱 내가 즐기고 싶은 방식으로 무주를 즐겨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내가 진짜 이 장소를 좋아한다는 걸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 줘야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반딧불이도 보고, 머루동굴도 보고 참 좋은 장면들이 많이 떠오르지만 저는 무주 산골 영화제의 장면이 떠오르네요. 푸르른 등나무 운동장에 넓게 깔린 잔디에서 아이처럼 놀고 하늘을 구경했던 그 순간은 아무 생각 없이 무주를 온전히 즐겼던 것 같습니다.
온전히 즐긴 만큼 이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팀원들과 모여 앉아 우리가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기획안이란 걸 만들고 발표해 봤습니다. 원래 발표를 할 때 잘 긴장하지 않는 저인데, 왜 자꾸 지식존중의 무대에서는 조금 떨리게 될까요? 나름 잘했다곤 했지만 제 마음에서는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발표를 보신 마음 스튜디오의 대표님께서 저의 발표를 보시고 자신의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는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참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아쉬움을 발판 삼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불을 뿜더군요. 좋은 분들의 말씀 덕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신념이 더욱 견고해졌던 것 같습니다.
기획안의 수정과 다른 팀들의 의견 조합. 그리고 크루원들 간의 회의를 거쳐 대략적인 목표가 세워졌습니다. 목표를 중심으로 세부적인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획팀, 홍보팀, 스토리텔링팀으로 나뉘어 분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토리텔링 팀에 소속하게 되었고요. 스토리텔링이라는 업무를 도와주시기 위해 디렉터님과 함께 회의를 하고 스토리를 짜보고, 우리 팀원들과도 지속적으로 토의하며 살을 붙여 나갔습니다. 급히 변동사항이 발생하여 새벽에도 회의하기도 하고 그 어느 때보다 다들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주어서 우리 팀원들 전체에게 고맙기도 하고 고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일이 우리 마음대로 술술 풀리지는 않더군요. 어떤 사항을 완성시키면 또 변화가 발생하여 변화사항을 고려해야 하고. 고려 끝에 나온 아이템이 적절치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끊임없이 버티고 견뎌서 이루어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쉽지 않은 경험을 팀과 함께 묵묵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디어라는 것이 무한히 샘솟는 샘물처럼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저희도 힘듦을 느끼는 순간이 오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도중 홍보팀에서 무주탐방을 촬영차 함께 가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다시 방문하는 무주에서 우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흔쾌히 수락하고 함께 무주로 다시 떠났습니다.
8월에 맞이한 무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무더운 날씨가 우리를 지치게 하긴 했지만 기존 장소들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놀랐던 건 머루 와인동굴이었습니다. 6월의 머루 와인동굴은 그저 홍보용 장소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사실 혹평 세례를 팀원들 사이에서 받았던 공간이었습니다만 이번 8월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폭염의 날씨 속에서 기분 좋은 쉼터역할을 해주는 공간인 동시에 그런 온도가 만들어내는 즐거움은 주위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6월 방문 시에는 보지 못했던 천장의 별자리 장식이라던가,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무주를 방문한 후 우리는 이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시간과 마주했습니다. 계속된 회의 끝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을까요?
네 바로 완성했습니다! 귀여운 브라키오와 머루의 조형물 어떤가요? 귀여우신가요? 저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습니다. 여태 퍼부었던 시간과 노력들이 이렇게 우리 눈앞에 완성되었기 때문이죠. 또 다른 소중한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김하민 크루님과 함께 브라키오 조형물에 대해 소개를 맡아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모두를 대표하여 군수님을 포함한 여러 귀빈분들께 말씀을 전해드릴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무주라는 공간은 제게 남김없이 퍼주었던 것 같네요. 맛이던 보는 것이던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던 그 무엇도 저와 우리 크루원들에게 감사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마음이 참 훈훈해집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봅니다. 주위의 염려스러운 말들에 결국 제가 제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산에 국한되어 사람을 만나던 제게 이번 프로젝트가 내려준 기회는 저의 안목과 시야를 한층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생애 처음 겪는 경험들을 이번 프로젝트에서 상당히 많이 겪을 수 있었습니다. 언제 또 제가 대기업 본사에서 사람들과 회의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언제 또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삶을 바라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이번 지식존중 1기가 잘 마무리되고, 2기 크루원들이 생길지 미지수이긴 합니다만 자신이 새로운 경험과 여러 사람들의 교류를 통해 결과라는 열매를 따내고 싶다는 분들께 다음 프로젝트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이 어디에 있냐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아이디어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경험. 나의 즐거움을 한 장소에 투영시켜 공유하고 싶다는 그 소망. 그런 소중한 감정들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지식존중 크루를 통해 “무주” 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존중받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며 뒤를 돌아보니 얻은 경험들이 참 많았던 것 같네요.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글 지식존중 크루1기 정수민
“수민아 괜찮겠어?”
염려스러운 목소리들이 나를 툭툭 찔러댔습니다. 올해 초 태국으로 해외봉사를 떠나 아이들에게 김밥을 가르쳐 주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던 나를 발견한 시점부터, 먹거리에 대한 기쁨이 내 삶의 주가 되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식품과 관련된 무언가를 해보자 발버둥 치기로 마음먹었던 제가 본 것은 바로 “지식존중 프로젝트”의 공고였습니다.
모든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농촌에 관심이 있었고, 직접 농활을 가보고 싶기도 했고,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로 지역을 홍보한다는 개념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서울”에서 활동이 진행된다는 점이 큰 문제였습니다. 많이 고민했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생활 중이기에 과연 이 도전이 가능할까 저 역시도 확신하지 못했었습니다. 일단 지원을 하든 안하든 자소서는 적어두자는 마음으로 질문 사항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술술 써졌습니다. 아이디어를 적는 부분도 있었는데, 아이디어 역시도 큰 고민 없이 썼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척척 진행되어 저의 자소서가 완성이 되고, 결국 저의 선택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만든 아이디어를 현직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또,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데 겁먹고 있는게 맞을까? 일단 저지르고 보자.
네, 그래서 저질렀습니다. 단추를 누른 순간부터 겸허히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요 기분 좋은 소식을 받게 되었습니다. 서류 합격 후 가까운 일자에 면접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가야 가보던 서울에 여행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올라가게 되는 그 설렘, 비행기를 일하기 위해서 타는 그 첫 기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분명 하루에 길어야 4시간 밖에 못 잤었는데 참 행복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그 행복감에 빠져있다 보니 면접을 확실히 준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쉽네요. 너무 긴장한 탓일까요. 가진 것이 100이라면 한 20 밖에 말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면접이 끝나고 탈락을 직감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나와 지하철을 타자마자 면접을 복기했습니다.
정말 더 나아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서울에는 못 올라오겠구나 라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다시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며칠이 지났을까요, 일상 속에서 다시 살고 있던 와중 한 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합격문자였습니다. 너무나도 기쁜 동시에 굉장히 얼떨떨했습니다. 이게 되다니. 역시 사람일은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되나 봅니다. 저에게는 극적으로 다가온 기회였기에 거리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발대식에 초대받은 저는 서울로 다시 향했습니다.
발대식의 느낌은 또 달랐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속 심사위원이었던 분들이 축하를 건네주시고, 합격자 분들, 우리 크루원들의 얼굴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조금은 부드러운 자리였습니다. 놀랐던 건 명함을 만들어주셨더라고요. 제 인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명함이라 아직도 지갑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끔 명함을 나눠줄 때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발대식에 참여해 주신 여러 귀빈분들의 간단한 설명들을 듣고 나니, 앞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에 대해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또,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전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었는데 퍼실리테이터 분들께서 회의를 재밌게 주도해 주시고, 제가 처음 보는 여러 가지 방식들을 통해서 우리들의 잠재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려는 그 시도들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재밌는 분위기 덕에 크루원들과도 금방 친해졌습니다. 모두들 서글서글하게 대해주셔서 참 감사하더라고요.
무주를 홍보하기로 되었으니, 당연하게도 무주에 대해서 더욱 더 잘 알아야겠죠? 그래서 크루원들과 다 같이 무주로 탐방을 떠났습니다. 저는 본가가 구미라 무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살고 있었습니다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 무주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무주 탐방은 뭐랄까 살짝 여행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무주에서 꼭 무언가를 발견 해 올거야!’라는 심정으로 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주군청 공무원 분들이 직접 무주를 소개해주시고, 심지어는 군수님까지 오셔서 한 말씀을 해주시는 것을 보고 꽤나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하는 일이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확 체감시켜 주었습니다.
무게감이 생긴 만큼 더욱더 자세히 보려고, 또 더욱 내가 즐기고 싶은 방식으로 무주를 즐겨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내가 진짜 이 장소를 좋아한다는 걸 사람들에게 느끼게 해 줘야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반딧불이도 보고, 머루동굴도 보고 참 좋은 장면들이 많이 떠오르지만 저는 무주 산골 영화제의 장면이 떠오르네요. 푸르른 등나무 운동장에 넓게 깔린 잔디에서 아이처럼 놀고 하늘을 구경했던 그 순간은 아무 생각 없이 무주를 온전히 즐겼던 것 같습니다.
온전히 즐긴 만큼 이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팀원들과 모여 앉아 우리가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기획안이란 걸 만들고 발표해 봤습니다. 원래 발표를 할 때 잘 긴장하지 않는 저인데, 왜 자꾸 지식존중의 무대에서는 조금 떨리게 될까요? 나름 잘했다곤 했지만 제 마음에서는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발표를 보신 마음 스튜디오의 대표님께서 저의 발표를 보시고 자신의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는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참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아쉬움을 발판 삼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불을 뿜더군요. 좋은 분들의 말씀 덕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신념이 더욱 견고해졌던 것 같습니다.
기획안의 수정과 다른 팀들의 의견 조합. 그리고 크루원들 간의 회의를 거쳐 대략적인 목표가 세워졌습니다. 목표를 중심으로 세부적인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획팀, 홍보팀, 스토리텔링팀으로 나뉘어 분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토리텔링 팀에 소속하게 되었고요. 스토리텔링이라는 업무를 도와주시기 위해 디렉터님과 함께 회의를 하고 스토리를 짜보고, 우리 팀원들과도 지속적으로 토의하며 살을 붙여 나갔습니다. 급히 변동사항이 발생하여 새벽에도 회의하기도 하고 그 어느 때보다 다들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주어서 우리 팀원들 전체에게 고맙기도 하고 고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일이 우리 마음대로 술술 풀리지는 않더군요. 어떤 사항을 완성시키면 또 변화가 발생하여 변화사항을 고려해야 하고. 고려 끝에 나온 아이템이 적절치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끊임없이 버티고 견뎌서 이루어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쉽지 않은 경험을 팀과 함께 묵묵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디어라는 것이 무한히 샘솟는 샘물처럼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저희도 힘듦을 느끼는 순간이 오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도중 홍보팀에서 무주탐방을 촬영차 함께 가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다시 방문하는 무주에서 우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흔쾌히 수락하고 함께 무주로 다시 떠났습니다.
8월에 맞이한 무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무더운 날씨가 우리를 지치게 하긴 했지만 기존 장소들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놀랐던 건 머루 와인동굴이었습니다. 6월의 머루 와인동굴은 그저 홍보용 장소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사실 혹평 세례를 팀원들 사이에서 받았던 공간이었습니다만 이번 8월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폭염의 날씨 속에서 기분 좋은 쉼터역할을 해주는 공간인 동시에 그런 온도가 만들어내는 즐거움은 주위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6월 방문 시에는 보지 못했던 천장의 별자리 장식이라던가,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무주를 방문한 후 우리는 이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시간과 마주했습니다. 계속된 회의 끝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을까요?
네 바로 완성했습니다! 귀여운 브라키오와 머루의 조형물 어떤가요? 귀여우신가요? 저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습니다. 여태 퍼부었던 시간과 노력들이 이렇게 우리 눈앞에 완성되었기 때문이죠. 또 다른 소중한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김하민 크루님과 함께 브라키오 조형물에 대해 소개를 맡아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모두를 대표하여 군수님을 포함한 여러 귀빈분들께 말씀을 전해드릴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무주라는 공간은 제게 남김없이 퍼주었던 것 같네요. 맛이던 보는 것이던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던 그 무엇도 저와 우리 크루원들에게 감사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마음이 참 훈훈해집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봅니다. 주위의 염려스러운 말들에 결국 제가 제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산에 국한되어 사람을 만나던 제게 이번 프로젝트가 내려준 기회는 저의 안목과 시야를 한층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생애 처음 겪는 경험들을 이번 프로젝트에서 상당히 많이 겪을 수 있었습니다. 언제 또 제가 대기업 본사에서 사람들과 회의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언제 또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삶을 바라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이번 지식존중 1기가 잘 마무리되고, 2기 크루원들이 생길지 미지수이긴 합니다만 자신이 새로운 경험과 여러 사람들의 교류를 통해 결과라는 열매를 따내고 싶다는 분들께 다음 프로젝트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이 어디에 있냐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아이디어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경험. 나의 즐거움을 한 장소에 투영시켜 공유하고 싶다는 그 소망. 그런 소중한 감정들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지식존중 크루를 통해 “무주” 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존중받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며 뒤를 돌아보니 얻은 경험들이 참 많았던 것 같네요.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