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지식존중 크루1기 박소현
치열한, 가끔은 무료한 하루를 살아내고 난 후,
겨우겨우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기 전 많은 생각들을 하곤 합니다.
엄마한테 전화 드려야하는데 언제 드리지...
헐 과제물 언제까지더라 아 아직 좀 남았구나... (휴)
아 아까 그 말은 하지 말 걸...
...
내일 뭐 먹지?
오늘 하루에 기력을 다 써버렸지만,
결국 내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은 음식일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저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식생활은 인스턴트로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편의점을 집처럼 드나들고,
배달 앱을 이메일보다 자주 들락거렸습니다.
쌓인 플라스틱 용기들을 바라보며
"이런 음식을 먹는 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인가?"
음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그때, '지식존중'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났습니다.
소멸 위기에 있는 아름다운 지역들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그곳의 특별한 식문화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더 많은 것들을 존중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고민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저 음식에 반쯤 집착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20대 청년과
미원, 청정원, 종가까지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식품 대기업 대상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렇게 '음식'과 '존중'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16명의 대학생 크루원들과
유수의 전문가들이 전라북도 무주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주는, 가보면 바로 안다'
시골 소녀 출신이지만,
'무주'
생경한 두 글자의 조합에 그저 '발음이 귀엽네' 생각뿐이었습니다.
무주가 어떤 곳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고,
생각보다 큰 활동의 스케일에 멍-해졌습니다.
그럴 때 저희와 함께하는 디렉터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주는, 가보면 바로 안다'
무주는 과연, 가보니 바로 알 것 같은 도시였습니다.
푸르고
쾌적하고
눈이 편하고
공기가 맑고
햇빛이 잘 들고
사람들이 따뜻하고…
도시의 미세먼지에 절여지다가 무주의 녹음을 실컷 맞으니
온몸이 깨끗하게 세탁되고 뽀송하게 건조까지 된 것만 같았습니다.
16명의 크루원들은 삽시간에 무주와 매우 친해졌고
설명 없이도 서로의 감상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것을 보고 느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무주가 '가봐야 아는 도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 이 와보기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도시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오도록 할 수 있을까? 가 저희의 새로운 물음표로 우뚝 섰습니다.
이 물음표의 꼬부랑을 느낌표의 직선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의 기획안, 인사이트 강의, 기획안 수정, 피드백, 또 수정...
그 여러 갈래의 길들이 하나의 아이디어로 수렴되었을 때
우리가 느꼈던 그 한 순간의 명쾌함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무주로 가보자고!
기획안을 만들던 시점에서는 기획안만 확정되면 모든 게 일사천리일 것 같았지만,
사실은 그때부터 모든 일이 시작인 것을…
지식존중 프로젝트는 실무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많은 의사결정을 크루원들끼리 해야했고,
여러 기관들과의 소통도 전면에 나서서 해야 했습니다.
모두에게 낯설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을 키워줬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며 한번 더 무주에 탐방을 가기로 한 날,
역대급 폭우를 만나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놀라고 허무한 마음에 축 처져있는 우리에게
실무에서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말해준 것은 저희와 함께한 디렉터님들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비가 쏟아지고 앞으로의 일정을 알 수 없었지만
무주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비가 벌어준 시간 동안
더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고 만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2차 탐방을 더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무주 역시 쾌적한 날씨로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것들
프로젝트의 끝을 달리고 있는 지금,
제가 적었던 자기소개서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것에는 오직 무지에서 나올 수 있었던 포부들이 담겨있었습니다.
무주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던 말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맛'이라는 무형의 감각을 유형의 언어와 콘텐츠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실무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언어를 익힐 수 있었고
기획안을 구성하는 형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배움들이 쌓여 우리는 더 많은 기획안을 만들고, 더 많은 글을 쓰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전히 실패하고 여전히 막막하겠지만
그때마다 비가 쏟아지던 기차역과,
그것을 지나 만났던 무주의 쾌청한 하늘과 등나무 운동장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글 지식존중 크루1기 박소현
치열한, 가끔은 무료한 하루를 살아내고 난 후,
겨우겨우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기 전 많은 생각들을 하곤 합니다.
엄마한테 전화 드려야하는데 언제 드리지...
헐 과제물 언제까지더라 아 아직 좀 남았구나... (휴)
아 아까 그 말은 하지 말 걸...
...
내일 뭐 먹지?
오늘 하루에 기력을 다 써버렸지만,
결국 내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은 음식일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저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식생활은 인스턴트로 점철되어 있었습니다.
편의점을 집처럼 드나들고,
배달 앱을 이메일보다 자주 들락거렸습니다.
쌓인 플라스틱 용기들을 바라보며
"이런 음식을 먹는 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인가?"
음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그때, '지식존중'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났습니다.
소멸 위기에 있는 아름다운 지역들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그곳의 특별한 식문화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더 많은 것들을 존중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 고민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그저 음식에 반쯤 집착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20대 청년과
미원, 청정원, 종가까지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식품 대기업 대상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렇게 '음식'과 '존중'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16명의 대학생 크루원들과
유수의 전문가들이 전라북도 무주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주는, 가보면 바로 안다'
시골 소녀 출신이지만,
'무주'
생경한 두 글자의 조합에 그저 '발음이 귀엽네' 생각뿐이었습니다.
무주가 어떤 곳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고,
생각보다 큰 활동의 스케일에 멍-해졌습니다.
그럴 때 저희와 함께하는 디렉터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주는, 가보면 바로 안다'
무주는 과연, 가보니 바로 알 것 같은 도시였습니다.
푸르고
쾌적하고
눈이 편하고
공기가 맑고
햇빛이 잘 들고
사람들이 따뜻하고…
도시의 미세먼지에 절여지다가 무주의 녹음을 실컷 맞으니
온몸이 깨끗하게 세탁되고 뽀송하게 건조까지 된 것만 같았습니다.
16명의 크루원들은 삽시간에 무주와 매우 친해졌고
설명 없이도 서로의 감상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것을 보고 느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무주가 '가봐야 아는 도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 이 와보기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도시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오도록 할 수 있을까? 가 저희의 새로운 물음표로 우뚝 섰습니다.
이 물음표의 꼬부랑을 느낌표의 직선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의 기획안, 인사이트 강의, 기획안 수정, 피드백, 또 수정...
그 여러 갈래의 길들이 하나의 아이디어로 수렴되었을 때
우리가 느꼈던 그 한 순간의 명쾌함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무주로 가보자고!
기획안을 만들던 시점에서는 기획안만 확정되면 모든 게 일사천리일 것 같았지만,
사실은 그때부터 모든 일이 시작인 것을…
지식존중 프로젝트는 실무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많은 의사결정을 크루원들끼리 해야했고,
여러 기관들과의 소통도 전면에 나서서 해야 했습니다.
모두에게 낯설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을 키워줬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며 한번 더 무주에 탐방을 가기로 한 날,
역대급 폭우를 만나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놀라고 허무한 마음에 축 처져있는 우리에게
실무에서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말해준 것은 저희와 함께한 디렉터님들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비가 쏟아지고 앞으로의 일정을 알 수 없었지만
무주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비가 벌어준 시간 동안
더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고 만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2차 탐방을 더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무주 역시 쾌적한 날씨로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것들
프로젝트의 끝을 달리고 있는 지금,
제가 적었던 자기소개서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것에는 오직 무지에서 나올 수 있었던 포부들이 담겨있었습니다.
무주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겠다던 말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맛'이라는 무형의 감각을 유형의 언어와 콘텐츠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실무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언어를 익힐 수 있었고
기획안을 구성하는 형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배움들이 쌓여 우리는 더 많은 기획안을 만들고, 더 많은 글을 쓰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전히 실패하고 여전히 막막하겠지만
그때마다 비가 쏟아지던 기차역과,
그것을 지나 만났던 무주의 쾌청한 하늘과 등나무 운동장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