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단식][활동후기] 지역에 대한, 식재료에 대한, 진로에 대한,

글/사진 지식존중 크루 1기 김민수


 2023년에 접어들면서 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정해져 있는 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에 익숙했던 저이기에, 모든 것을 결정해야하는 위치에 놓인 것이 버거웠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무턱대고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고민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서 휴학을 결정했지만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니 오히려 그 고민의 한 가운데에 놓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휴학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했던 것은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가장 보람찬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어떤 조직에서 앞에 나서서 좋은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것에 보람을 느꼈던 저는, 막연하게 어떤 프로젝트 하나를 완성시켜보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지식존중을 만났습니다.


프로젝트와 대상그룹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공고를 봤을 때부터 모든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특히 무료한 휴학생활의 한 줄기 빛이 될 것 같았던 무주탐방, A부터 Z까지 기획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젝트라는 점이 그랬습니다.

또한 지방소외, 서울쏠림 현상이라고들 말하지만 평생을 수도권에서 살아온 저는 체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작년 학과 답사를 기획하며 단체를 수용할 수 있는 로컬 식당을 선정하기가 어려웠고, 그제서야 저는 식재료와 지방이 외면받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눈 앞에 다가온 지방 소멸의 심각함을 느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목표 실현에 대한 의지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모여 지식존중 크루에 대한 열정이 되었습니다. 마감까지 단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원서를 적어내려갔습니다. 뭘 하나 할 때 긴 시간이 걸리는 저인데, 신기하게도 아이디어가 번뜩였습니다. 무주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지원서를 끝내니 저에게 무주란 ‘가보고 싶은 지역’이 되어있었고,  제가 그랬듯 다른 사람에게도 가보고 싶은 지역이 되길 바랬습니다.


운이 좋게도 서류 통과가 되었고,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첫 인상은 꽤나 컸던 대기업의 사옥과 적막한 분위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면접장 안은 달랐습니다. 개개인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존중해주는 분위기, 그리고 저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새로운 장이었기 때문입니다. 면접에 자신있는 저였지만, 심도 있는 면접에 긴장했던 나머지 잘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나왔던 대상 이노파크였지만, 곧 저는 설렘을 안고 다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면접 볼 때는 넓기만 했던 강당이 발대식 날에는 꽤나 따스했습니다. 엄격해보이셨떤 심사위원분들이 멘토님이 되어서 반겨주시고, 일종의 경쟁자였던 크루들이 동료가 되었기 때문일까요? 게다가 엄청난 활동 혜택과 탄탄한 커리큘럼까지. 제 휴학 생활의 가장 알찬 3개월이 되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역에 대한, 식재료에 대한, 그리고 제 진로에 대한 존중을 시작했습니다.


발대식 이후에는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부분의 아이디어를 들으며 이런 번뜩이는 사람들과 함께할 프로젝트가 기대됐습니다. 그 주 주말에는 무주에 가게 되었는데,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습니다.



처음 마주한 무주는 싱그러움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어울리는 도시였습니다. 이런 지역을 살리는 것에 이바지 해야한다는 약간의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무주군청 공무원분들과 군수님께서도 두 팔 벌려 환영해주시는 걸 보니, 프로젝트의 규모가 꽤 크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이런 기대에 힘입어 이번 무주 탐방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산뜻한 여행이라고 생각했던 탐방이 배움의 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택한 방법은 질문이었습니다. 무주에 오래사신 분들과 무주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무주의 행사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각 장소에 얽힌 이야기는 무엇인지,

왜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작은 질문들을 통해서 보다 무주와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가보고 싶은 지역’이 아닌 ‘가본 지역’이 된 느낌이었달까요?


그 외에도

반딧불이도 보고,

와인도 마셔보고,

산골영화제도 방문해보고,

명소들을 탐방해보며

무주와 친해졌습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했고

밤에는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위해서 진지하게 토론하기도 하며

크루들과도 친해졌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산골영화제가 기억에 남습니다.

군민들의 휴식을 존중하기 위해서 만든 등나무 운동장에 삼삼오오 모여들어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 초록색으로 뒤덮인 운동장, 화창한 날씨, 쓰레기 없는 푸드코트, 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잔잔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던 그날의 분위기가 바로 무주의 아이덴티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는 1차 탐방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의 이미지가 강했던 무주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해서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그런 자세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주에서의 시간 이후 저희는 더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획안을 도출하고, 무주를 가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걸음마를 뗐습니다. 산골영화제의 모습이 인상깊었기 때문에, 피크닉세트 대여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군민들을 향해 마음을 쓰는 등나무 운동장, 더 많은 것들을 존중하려는 대상그룹이 맞물린다면 바로 이런 서비스를 기획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습니다. 대여서비스를 위해서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 사시사철 진행할 수 없다는 점, 단기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와 같은 이유였습니다. 취지와 프로그램의 구성 자체가 신선해야한다는 것에만 꽂혀 범한 과오였습니다.


이 날은 마음스튜디오 대표님도 만나뵐 수 있었습니다. 평소 관심있던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라 더 집중해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기획을 할 때에는 키워드를 설정하고, 주안점을 잡아야하며, 타겟의 특성을 중요시해야한다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어쩌면 모든 프로젝트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간과하고 있던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조의 기획안을 피드백해주시면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시고 근본에 집중하라는 말씀을 덧붙여주셨는데, 왜 실무형 프로젝트를 한번쯤을 경험해봐야한다고 하는지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리포지셔닝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어깨에 짊어진 이상, 냉철한 시각이 필요했는데, 인사이트 강의와 실무진분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그러한 시간을 조금이나마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기획안 수정,

아이디어 디벨롭,

조언과 수많은 대화와 회의를 거쳐


저희는 대상의 브라키오를 활용하여 조형물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크루들의 말랑한 아이디어, 실무진분들의 현실적인 피드백이 더해져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된 저는 기획팀에 소속되었습니다. 초기부터 기획에 대한 마음을 다져왔던 제가 드디어 꿈을 펼쳐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기획이라는 두글자가 그렇게 많은 단계들과 노력을 담고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팀장님 어깨너머로 기획을 배우며,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야하는지, 기획팀의 역할은 무엇인지, 어떤 것들을 주의해야하는지 등 대학생으로서 하기 어려운 경험들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기획팀은 잘 하면 본전이고, 실수하면 다 기획팀 탓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만큼 기획팀이 프로젝트 운영 전반에 관여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기획팀으로서의 역할을 하나도 해내지 못하던 제가 팀장님께 가르침을 받으며, 직접 질의하고 프로젝트의 우려사항을 미리 고려해보곤 했습니다. 


항상 다같이 의사결정하고,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기획안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써보는 기획안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아직 알지도 못하는 사항들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서 적어야했고, 각 팀의 자료를 취합해야 했으며, 저희끼리 알아서 결정해야하는 사안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결정을 하기 싫어서 도피한 지식존중 크루 1기가, 결정의 장이 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의사결정에 익숙해지고, 기한에 맞춰서 일을 처리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팀 결성 이전에 두번째 무주 탐방이 예정되어 있었고,

어느정도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추상적이지 않고 ‘무언가’가 탄생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두번째 탐방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야속하게도 악천후로 인하여 두번째 탐방은 무산되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프로젝트의 완성을 향해 달려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후 프로젝트의 윤곽이 나온 때에 프로토타입 설계를 맡고 있는 기획팀은 절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했고 때문에 직접 방문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탐방은 다짐이 남달랐습니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탐방이었고, 더 이상 관광이 아닌

정말 조형물을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 것이며, 우리가 고려해야할 것들은 무엇인지

실현가능성은 있는지와 같은 현실적인 사항들만 결정하면 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가보니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장소들은 어려워졌고,

안전, 법, 이해관계자의 충돌, 배치 등이 얽혀있어 결정도 어려웠습니다.

직접 시공사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렇게 하면 어떨지 크루들과 상의하다보니 시간은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질문을 방법으로 택해 

어떤 방법으로 설치하는게 좋은지,

왜 이렇게 하면 안되는지,

왜 이렇게 여기에 해야하는지 등을 통해 기획을 배웠습니다.

저희의 의견을 귀기울여주신 덕에 직접 후보지들을 선정했고 주의사항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답사를 다녀오니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하나의 완성된 기획안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 하나를 앞에 나서서 완성하는 것이 기획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사항들을 뒤에서 맞춰나가며 하나의 프로젝트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앞에 나서는게 좋아서 기획을 하고 싶었던 저이지만

이렇게 내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시키는 것이 더 뿌듯했습니다.

더 이상 기획은 막연한 단어가 아니라, 정말 제가 종사하고 싶은 분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역과 식재료만 존중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이 프로젝트가 저의 진로도 존중하는 출발점이 되었다고 표현한 이유입니다.


활동이 지금은 막바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가다보니 크루들과 동료가 아닌 친구가 되었으며,

크루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과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방법으로 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또한 많은 조언을 해주시고, 존중해주신 덕분에

쉽게 의견을 내고 대화할 수 있었던 운영진분들이 있어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학을 하며 했던 선택 중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얻어가는 것이 많은 프로젝트이기도 했습니다.

대상그룹의 ‘존중’을 실천하며 많은 기업들이 대상과 같은 ‘좋은 슬로건’을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한 발자국 가까워질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가득찼습니다. 


싱그러운 무주를 재발견 할 수 있었으며, 발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학생 신분으로 지역 살리기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무주의 이모저모를 알아가며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숨겨진 도시들과 요소들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으며, 이들과 공존하며 성장하는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지역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면접 때부터 활용방안을 고민했던 무주의 식재료. 초기의 방향과는 조금 다르지만 우리가 좀 더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인 조형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무주의 식재료를 존중하는 경험을 하면서, 식재료를 활용하는 데에는 음식 뿐만 아니라 무궁무진한 방법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더 넓은 시각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저는 저희의 브라키오를 통해 “무주는 머루지. 그 때 와인을 마시는 브라키오가 있었지.”라고 떠올리는 한 사람이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 무주의 식재료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을 살리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식재료를 존중하는 폭 넓은 방법을 배웠습니다. 


막연히 무언가를 기획하는 것에 대한 열망으로만 가득차 있던 연초의 저와는 다르게 지금의 저는 간접적으로나마 실무를 경험해보았습니다. 지식존중을 통해 저의 진로 방향을 잡게 되었으며, 좋은 기회로 노하우까지 쌓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저의 진로 또한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그리고 식재료에 그치지 않고 나 자신도 존중할 수 있던 두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더 넓은 시각을 갖고 싶다면,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얻고 싶다면, 지식존중 2기가 정답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저처럼 지역을, 식재료를, 진로를 존중하는 방법의 시작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지난 두 달간의 기록을 마치겠습니다.

TEL      02) 733-1399
E-mail jisik.respect@gmail.com

이용약관  ㅣ  개인정보처리방침
Copyright ⓒ 2024 지식존중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