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단식][활동후기] 내 마음에 새겨진 존중이라는 가치

글/사진 지식존중 크루1기 고민지


서론

대상그룹 지식존중 프로젝트 활동수기와 더불어 지식존중크루로 활동하며 내가 느낀 ‘존중’이라는 가치를 나누려 한다.


본론

지식존중 프로젝트는 기획부터 실행까지 전체를 절차에 맞게 진행하는 실무형 프로젝트이기에 회의 한 건에도 쉴새없이 수많은 아이디어가 도출, 디벨롭된다. 그 과정에서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정성스럽게 피드백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너를 존중해’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내가 의견을 제안했을 때 크루들이 눈을 맞추며 집중해주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며 피드백을 통해 다듬어나가는 과정에서 ‘이 조직에서 나는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마도 서로의 의견을 꼼꼼히 들어주는 존중의 분위기가 지식존중크루라는 이 조직 내에 일찍이 형성된 덕분에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까지 모든 자리에서 서로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망설임 없이 더욱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었고, 이 점이 프로젝트의 지향점을 향해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지식존중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또한 존중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실무 프로젝트를 추진해나가는 공적인 상황에서 감정적 공감과 이해가 오고가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다른 크루들과 팀장님, 디렉터님이 건넨 각각의 소소한 감정적 이해와 공감이 있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식존중크루라는 이 조직 자체에 애정을 갖고, 크루들과 함께한다는 소속감을 느끼고, 프로젝트에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는 자세 또한 타인을 향한 존중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나는 언제나 배움의 자세로 이 프로젝트에 임하고자 했고, 이 프로젝트의 끝엔 성장했을 나의 모습을 기대하며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마다 ‘나는 지금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를 되뇌던 기억이 난다.


[8월 워크숍, 홍보팀 멘토님의 강연을 들으며]

실제로 지식존중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팀장님, 디렉터님, 퍼실리테이터님, 멘토님과 함께 기획부터 실행까지의 전체 프로세스 중심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실무에서 기획안을 작성하는 기본적인 방법부터 실무 과정 속 여러 가지의 선택지 앞에서 사실에 입각한 간결한 근거를 내세우며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고, 의사결정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사진 : 7월 워크숍, 무주를 대표하는 키워드 선정하기]

또한 지식존중 크루들과 무주에 방문했을 때는 무주가 좋아서 16년간 무주에 거주하고 계신 눌산 여행 작가님과 동행하며 현지인만 알 수 있는 무주의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무주 마을 곳곳의 오랜 역사를 비롯하여 무주의 특산물을 무주 사람들은 어떻게 활용하는지 까지 무주 사람들끼리만 공유하는 무주의 짙은 색이 묻어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들려주셨다. 눌산 작가님은 ‘별거 아니지만 내가 이곳에서 경험한 무주를 들려줄게’라는 마인드였지만 우리에게는 말씀 하나하나가 무주를 첫 인상을 새롭게 써내려가는 소중한 배움의 기회였다. 



[사진 : 6월 1차 탐방, 무주 적상산 전망대에서]

더불어 6월에 지식존중크루와 함께한 무주 1차 탐방 때에는 무주가 관광객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다양한 존중의 방식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크루들과 무주 산골영화제를 방문했을 때 마을의 공간을 축제기간동안 공용 주차공간으로 내어준 점, 무주 군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질서정연한 축제를 만들어나간 점, 축제장에 입점하는 간식 업체의 가격 책정에 직접 관리함으로써 합리적인 가격으로 먹거리를 제공한 점에서 무주를 방문해 준 사람들을 향한 감사함과 존중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사진 : 6월 1차 탐방, 무주 산골영화제에서 지식존중크루와 함께]

또한 내가 바라본 무주는 미래세대를 향한 존중의 태도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주에 가면 청정지역 지표생물이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환경오염 없는 깨끗한 무주를 지키기 위한 무주군과 무주군민들의 미래세대를 향한 존중의 마음이 뒷받침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별과 달이 밝혀주는 무주 밤하늘 아래 유유히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눈에 담으며 말로만 지속가능한 삶을 외치던 모순된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사진 : 6월 1차 탐방, 무주 반딧불이 신비탐사에서]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자 지향점인 지식존중’, 지역의 식문화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존중하는 자세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지식존중크루 활동을 지원하기 전까지 나에게 지역소멸은 그저 ‘미래가 불투명한 지역사회’라는 일종의 필연적인 현상으로 안일하게 받아들였을 뿐, 지역소멸이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이유와 이러한 지역을 리포지셔닝함으로써 보존해야한다는 필요성을 인지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6월 초에 지식존중크루와 함께 떠난 무주 1차 탐방에서 무주가 좋아 16년 전 이 곳에 정착하신 눌산 작가님과 동행한 ‘치목삼베마을’에서의 경험을 통해 소멸위기 지역인 무주가 오랫동안 품어온 이야기가 세대를 거듭해서 지켜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무주 적상면에 위치한 치목마을은 사라져가고 있는 삼베 짜기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마을이다. 치목마을은 주민들을 주축으로 삼의 종자인 대마 파종에서부터 삼베 짜기까지의 전 과정에 참여하며 기술이 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거칠거칠한 손으로 능숙하게 삼베를 짜는 치목마을 부녀회장님의 모습만으로도 삼베 전통 계승의 중심으로서의 자부심과 어떻게든 이 명맥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무주 치목마을 주민들의 정성이 깃든 삼베옷에는 무주 치목마을이 긴 세월 동안 굳건히 간직해 온 마을의 정체성 그 자체이며, 완성된 삼베옷 한 벌 한 벌에 담긴 무주 치목마을의 삼베 이야기는 다음 세대인 우리가 널리 알려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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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6월, 치목마을에서 삼베짜는 부녀회장님의 모습]


결론

대학생의 신분으로 소멸위기 지역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정책을 개편하고 지원을 마련하는 등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무주라는 지역 자체와 무주가 담고 있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무주하면 이거다’ 라는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긍정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지식존중크루들은 3개월간 함께 모여 고민하고 기획하고 실행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3개월동안 내가 바라본 무주는 군민들을 존중하는 마음, 무주를 찾아온 방문객을 존중하는 마음, 미래세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그 자체만로도 빛나고 있었다. 지식존중크루로서 우리의 역할은 무주에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라는 것이 아니라 무주가 오랫동안 지켜온 그 빛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새롭게 타오를 수 있게 해주는 것 그 뿐이었다. 어떤 불씨를, 어떻게 타오를 수 있게 할지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소통했던 순간들이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현 시점에서 다시 내가 지식존중크루 1기에 지원했던 5월로 돌아가, 지식존중 면접 때 ‘사람들이 무주에 방문하게 되는 확실한 무언가’를 만들겠다고 패기있게 외쳤던 기억을 해본다. 프로젝트에 착수한 이후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했고, 하루에도 여러 번의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팀원들과 밤새워 작성한 기획안이 원점으로 돌아가던 순간도, 함께 떠난 2차 탐방이 폭우로 인해 갑작스럽게 전면 취소되던 순간도 있었다. 뚜렷한 진전 없이 아쉬움의 연속이 이어지던 어느날 팀장님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다들 열정 넘쳤던 면접장에서의 크루들의 모습은 어디갔냐’라고 따끔하게 하신 말씀에 조금이라도 현실과 타협하며 프로젝트 결과만을 집착하며 불안해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고 면접 때의 다부진 포부를 다시 끌어와 마음을 다잡았던 적도 있었다. 

프로젝트 끝자락에서 서있는 지금, 지식존중크루 1기로 활동하며 다같이 웃고, 아쉬워하고, 치열하게 몰입했던 장면 하나 하나들은 어느새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배움의 기회로,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사진 : 8월 해단식, 무주에 설치된 브라키오와 함께]


[사진 : 8월 해단식, GOOD BYE 지식존중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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